뒤늦은 편입 수기이다.
인생에서 나름 의미 있는 사건이었던 만큼 더 늦어서 잊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쓴다.
독편사에 작성한 편입 수기인데 블로그에도 공유해두고 싶어서 옮겨 적는다.
1. 지원대학 / 합격대학 / 일반or학사
중앙대 솦트 일반 1차합 2차탈
경희대 컴공 일반 1차탈
건국대 컴공 일반 1차탈
동국대 컴공 일반 1차합 2차예비 최종탈
세종대 컴공 일반 최초합
2. 전적대 / 학점 / 토익성적
인가경 컴공 / 4.0 / 550 (시험 직전에 경희대 볼라구 봄)
3. 편입 지원 동기
전역해서 복학했는데 비대면이라 시간이 남아서 친구 따라 병행 편입 결심
4. 수강했던 편입인강
개념, 기출특강 한아름 / 기출특강 장황 수학
5. 수강했던 편입학원
기출특강만 강남단과 현강
6. 공부했던 영어교재
5월인가 천일문 1달 끄적이다가 영어는 내 길이 아님을 깨닫고 불태워서 버림
7. 공부했던 수학교재
처음에 이공편입수학사서 공부하려다가 책이 너무 두꺼워서 포기하고 한아름 선생님 책으로 개념, 기출 모두 공부함
8. 편입시험 후기 / 경험담
나는 기본적으로 병행을 했다.
병행이기 때문에 일반편입 조건을 맞추려면 70학점인가를 채워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1학년 때 학점을 미리 듣지 않아서 21 / 17학점을 들으면서 병행했다.
다행히 비대면이어서 학점도 4점 후반대로 받으면서 들을 수 있었다.
대면 수업이었다면 편입을 포기했을 것 같다.
편입 결심은 4월 후순에 친한 친구가 편입을 한다는 말을 듣고 "어, 나도 시간 남는데 같이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예산이 200~300으로 많이 없었고 내가 모아둔 돈으로 시작한 편입이었기 때문에 현강을 다니는 건 고려하지 않았고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한아름 교수님 커리큘럼으로 공부 방향을 잡고서 집 근처 스카에 살림을 차리고 인강 독학을 시작했다.
하지만 5~6월은 사실상 전혀 편입 공부를 하지 못했다.
2~3월에 편입 생각이 없었을 때 21학점을 전공으로 꽉꽉 채워서 신청했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들으며 편입 공부를 하기란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영어를 같이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천일문 기초 편을 보며 영어공부에도 시간을 30% 정도 투자했다. (5월 말쯤에 영어 버림)
1학기 수업 중 선형대수학이 있었기 때문에 1학기엔 이거라도 같이하자라는 생각으로 선형대수학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본래 수학에 자신이 있던 터라 편입수학은 양만 많지 내용은 쉽다는 말을 많이 봐서 쉽게 보고 시작했는데 선형대수학을 배워보니 너무 어려웠다.
특히 벡터 공간을 처음 배울 때는 머리가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으며 지금도 표현 행렬 문제는 명료하게 못 풀겠다.
그렇게 선형대수학에서 뚝배기가 깨졌는데 마침 학교에선 처음 듣는 전공 수업이 휘몰아쳤다. (자바, 디지털 논리회로, 자료구조... 등등)
그래서 편입 수학과 학교 수업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나는 학점을 선택했고 1학기를 일단 마무리하고 여름 방학에 제대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선형대수학 개념 한 바퀴를 끝으로 편입수학을 잠시 멈추고 학교 수업에 집중해서 4점 후반대의 학점을 받았다.
그 뒤 여름방학이 되고 나는 에이펙스 레전드라는 게임에 빠졌다.
에이펙스 레전드를 150시간가량 플레이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름방학 초입이 다 지난 후인 7월 중순이었다.
선형대수학은 가물가물하고 편입은 바늘구멍처럼 보여 막막했지만 뒤늦게라도 마음을 다잡고 미적분을 시작했다.
본래 수능 수학 가형 2등급을 받았던 나는 미적분 책 초반부를 보며 고등학교 수학과 똑같아서 쉬워서 탭댄스를 추며 공부했다.
하지만 쌍곡선 함수가 나온 후에는 고등학교까지 공부했던 게 먹히지 않음을 느꼈고 외워야 할 무지막지한 공식에 머리가 또 깨지며 탭댄스 구두를 압수당했다.
그렇게 1달에 1과목 마무리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고 이해가 되던 안되던 하루에 수학 인강 2개씩을보며 진도를 나갔다.
복습은 거의 못하다시피 했으며 일단 대충이라도 한 바퀴 돌고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서 개념을 익히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진행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1 달반마다 1과목씩 끝이 났고 공학 수학 1까지 다 끝내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11월이었다.
11월까지 독서실에서 인강만 보며 살다 보니 제대로 된 시험 경험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실제 시험을 보기 전에 실전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아름 교수님의 기출 특강을 신청해서 한 달간 학원에서 시험을 봤다. (이때 공학 수학 2 진도를 같이 나갔다.)
공학수학2 진도를 같이 나가면서 목표로 둔 대학들은 전 개년, 그 이외 대학들은 최근 3개년, 상위권 대학들은 5개년까지 기출을 풀었고 문제 퀄리티가 특히 좋다고 느낀 대학들은 두 번 정도 더 풀었다. (세종대, 중대, 숙대)
그렇게 12월에 공학 수학 2까지 진도를 끝낸 뒤 경희대 시험을 시작으로 1~2월 동안 시험을 보러 다녔다.
경희대 : 나는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해서 국제캠으로 시험을 보러 갔는데 첫 시험이라 망한 건 둘째치고 위치가 진짜 너무 별로다. 시험 망치고 나와서 "응~ 여긴 위치 때문에 붙어도 안 와~" 하면서 정신 승리했던 기억이 난다.
건국대: 경희대 시험이 끝나고 몇 주 있다가 시험을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경희대 시험은 약간 편입시험 맛보기 티저 느낌이었다면 건국대 시험은 그 이후에 다른 대학들이 연달아 시험을 봤기 때문에 이제 편입시험의 본격적인 스타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원래 건대의 시험 스타일과 내가 너무 안 맞기도 하고 영어도 공부를 전혀 안 했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근데 망해도 너무 망해서 영어는커녕 수학도 반절 정도 풀었다.
경희대 시험이 망하고 나서는 불안하긴 해도 큰 생각이 없었는데 건대 시험이 망하고 나니깐 1년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진짜 현실 자각이 제대로 됐다.
그래서 불안함을 원동력으로 정신 차리고 유튜브를 끄고 하루에 기출을 3개씩 풀고 부족한 개념을 반복했다.
동국대: 건대 시험이 끝나고 얼마 뒤 동국대와 세종대 시험이 같은 날 치러졌다.
동국대를 먼저 응시했는데 그 전까진 시험 보러 가는 길에 친구와 떠들면서 갔지만 오늘은 미래를 위해 친구와 따로 가자고 선언하고 개념 노트를 보면서 진지하게 시험을 보러 갔다.
동국대는 기출이 작년밖에 없어서 난이도가 어떨지 예상이 안 됐고, 어떤 문제를 풀어보고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따로 준비는 안 했다.
시험을 보러 갔는데 지퍼백에 화이트랑 볼펜이든 편입 굿즈를 줘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시험이 시작되고 영어 20 수학 20문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수학 올인러기 때문에 수학 먼저 풀었는데 헷갈리는 문제는 없었고 20문제 다 확실한 근거로 답을 내서 20문제 다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 영어를 고등수학까지의 가방끈으로 풀어봤는데 반타작 정도 한 것 같다.
나중에 예비로 떨어진 걸 보면 영어공부만 좀 했었다면 충분히 붙었을 것 같다.
세종대: 그렇게 동국대에서 수학을 다 풀어서 머리가 트인 상태로 바로 세종대 시험을 보러 갔다.
도착했는데 시험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아서 친구와 함께 근처 세숫대야 냉면집에서 돈가스를 먹고 근처 스터디 카페에서 아아 한잔 당긴 뒤 시험장에 들어갔다.
광개토관에서 시험을 봤는데 강의실이 너무 열악하고 조명이 무슨 경양식 돈가스집 조명 같아서 붙어도 이런 대서는 수업 듣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당히 뒷자리에 앉아있는데 옆자리 사람이 계속 한숨을 쉬어서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쯤에 짜증이 약간 나서 긴장이 확 풀어졌고 그냥 될 대로 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됐는데 원래 세종대 문제와 스타일이 잘 맞기도 했고 동국대 시험을 잘 보고 와서 머리가 잘 돌아갔다.
4문제를 못 풀어서 마킹하지 않았고 1문제는 풀었다고 풀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틀렸던 것 같다.
시험을 보고 나오는데 붙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추후 확인해보니 최초합이었다.
중앙대: 중앙대만 혼자 느지막이 뒤에 시험을 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세종대 시험을 마친 후 쉬지도 못하고 중앙대 기출 무한반복 뻉뻉이와 중앙대 전용 공수 풀이 스킬들을 머리에 막무가내로 집어넣었다.
특히 무조건 외우라는 잡기술들을 머리에 잔뜩 넣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서는 기억이 안 나서 아무것도 못썼다.
그리고 사실 이때쯤부터는 시험을 보러 다니는 기간도 길고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
이때 멘탈적으로 가장 힘들고 몰렸던 것 같다.
그렇게 중앙대 시험 당일 광명사거리역 맥도널드에서 행운의 더블 불고기 세트를 조지고 중앙대로 갔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길을 모르면 그냥 손에 노트를 들고 걷는 사람을 아무나 따라가면 중앙대가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중앙대에 가서 앉았는데 시설이 진짜 지금까지 간 대학 중에 1등이었다.
꼭 붙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시험을 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푼지도 모르겠다. 대충 반타작 이상 한 것 같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1차 합격 2차 탈이었다.
목표로 했던 학교를 떨어졌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은 없었다.
그렇게 편입을 마무리했다.
9. 편입 후배들에게 조언
다들 각각의 이유로 편입 시험을 준비하실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저도 그랬듯이 현재의 상황에 막막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글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저도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도 없이 멘탈이 깨지고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매달 해봤습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겪고 있으니 너무 힘들어만 하지 말고 힘들 때 극복하는 자신의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힘들 때는 커피를 마시고 스카 근처 공원을 1~2시간씩 계속 돌았습니다.
잠깐 느려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면서 완주를 하는 것만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대학에 붙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불안한 분이 계시다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완주를 목표로 두고 버티시는 것도 좋은 멘탈 관리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학도 방학을 하는 시기이니만큼 다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실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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